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리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 '아는 만큼 보인다.' 제주 여행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

by 독서하는 하루 2024. 3. 17.
반응형
제목: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저자: 유홍준
출판연도: 2021
주제분류: 인문학, 한국문화, 역사기행

제주도를 휴양지를 넘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

 

1. 제주도가 매력적인 이유를 알게 되는 책

사실 코로나 전에는 해외여행 다니기 바빠서 제주도의 매력을 잘 몰랐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완화되었을 때 해외는 아직 겁나고 여행은 가고 싶어 선택한 곳이 제주도였어요. 그리고 제주도의 매력에 푹 빠져 여름, 가을, 겨울에 한 번씩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편》을 가져갔어요. 책을 읽으면서 제주에 대해 더 알아가며 제주를 여행하는데, 제주도가 달리 보였어요. 책에서 제주도의 자연적 가치를 짚어주니 제주도가 휴양지, 관광지 그 이상으로 보이더라고요.
 

  • 인문적으로 같은 한국인이면서 제주인만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 자연적으로 난대성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육지에서 보기 힘든 늘푸른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 온대와 난대가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따뜻한 남국이면서도 사계절이 분명해 겨울엔 눈이 내린다.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인문으로 보나 자연으로 보나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가득하여 그것이 친숙하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낯설지만 그것이 내 것의 또 다른 모습 같기 때문에, 말하자면 '낯설어서 더 좋은' 곳이라는 말입니다. (p20)

 

"무엇보다도 제주는 온대와 난대가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따뜻한 남국이면서 한편으론 온대성 사계절이 분명해 겨울엔 눈이 내린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지구상에 이처럼 눈이 내리는 난대는 아주 드물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찬미하고 열광하는 것이죠." (p20)

 

2. 유홍준 교수님이 사랑하는 제주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책

 그저 예쁜 풍경을 좋아하는 여행자인 저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답사를 가는 유홍준 교수님의 제주에서의 목적지가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세 번의 제주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전혀 몰랐던 곳, 알았으나 여행일정에 넣지 않고 스치듯 본 곳도 정말 많았어요. 다음 여행에는 꼭 가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1)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을 비롯한 자생나무로 이루어진 가로수길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구실잣밤나무는 크기 자체가 가로수로 제격인 데다가 윤기 나는 제법 긴 잎들이 사철 무성하여 아주 넉넉한 인상을 주고 나무줄기는 껍질이 회색을 띠면서 단련된 근육처럼 야무진 느낌을 주기에 가로수로 제격이다. 그런데 밤나무류는 꽃향기가 퀴퀴하고 끈적거려 담팔수로 바뀌었다.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 서귀포의 담팔수 가로수길, 대정 제주 추사관 언저리의 먼나무 가로수길, 사려니 숲길 가는 길의 삼나무 가로수길, 남원 일주도로의 야자나무 가로수길, 종달리 해안도로의 수국꽃길)

 

2) 다랑쉬오름

3) 종달리 돈지할망당

 

생사를 초월한 처연한 마음이 일어나는 종달리 돈지할망당. 아! 그것은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풍광이다. 그래서 나의 제주답사 일번지 종점을 이곳 종달리 생게남 동지할망당으로 삼는다.
그날도 숨비소리 아련한 빈 바다엔 노을이 짙게 내리고 있었다. (p166)

4) 영실

5) 중산간마을을 이어가는 1136번길 일주도로

 지형에 따라 아주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느릿느릿하게 연결되어 있는 길로, 위로는 한라산, 아래로는 바다가 따라붙는다. 동네를 지날 때마다 삼다도 바람을 견디는 해묵은 팽나무가 각 마을의 랜드마크로 나타나고, 길게 이어지는 밭담 속에는 철 따라 작물을 키워내고, 곶자왈 황무지에서는 제주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광경도 보인다. 둥근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오름의 능선이 겹겹이 펼쳐지기도 하고, 넓은 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3. 알면 더 많이 보인다. 제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불턱버거'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읽다가 '불턱'이 해녀들이 불을 쪼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책을 읽으며 '숨비소리'를 알았는데 세화해변을 걷다가 해안가 벽에서 '숨비소리'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알아보았을 때 기쁨도 느꼈죠. 사소한 것이더라도 역시 알면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 잠수할 때 수자는 물 수(水) 자가 아니라 형수님 할 때의 수(嫂) 자 (존칭의 의미, 친척 같은 느낌) (p139)
  •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 위로 솟아올라 '오오이'하면서 한꺼번에 막혔던 숨을 몰아쉬는 소리(p149)
  • 불턱은 해녀들이 불을 쬐는 곳으로 몽돌을 둥글게 겹으로 쌓았다. (p158)
  • 제주의 동네 이름은 그 생성과정 자체가 민속이다. 상가리, 하귀리, 김녕리, 외도리 하고 옛날식으로 불러야 제주의 맛이 살아난다. (현재는 행정상 19개 동으로 통폐합하고 도심의 동네엔 1동, 2동 하고 귀를 붙였다.) (p218)
  • 탐라의 여인은 바다를 건너 육지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출륙 금지령'이 있었지만 만덕은 정조의 특별한 조치로 서울에 올라올 수 있었다. (p277)
  • 제주어는 사투리가 아니라 지방어어이다. 제주어는 훈민정음의 아래아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표준어에 없는 시제도 있다. 제주의 환경과 역사 속에서 엄청난 단어가 생성되었다. 제주어의 소멸은 단지 언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전통과 문화, 제주어로 전해오는 수많은 지식과 신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p283)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p283)

 

4. 유홍준 교수님의 견해가 녹아들어 있는 책.

꼭 제주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방법, 박물관 입장에 대한 견해, 광장의 역할 등 여러 가지에 대한 유홍준 교수님의 견해가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읽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부분도 많았고, 아 그렇구나 하며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았어요.
 

  • 제주 4.3 유적지가 아픔의 유적지답지 못하고 뽈대(pole)를 세운 것이 안타깝다. (p68) 김만덕의 묘소 역시 뽈대로 진정성이 손상되었다. 또한 '의녀반수 김만덕 의인' 대신 그간 칭송해 온 대로 그냥 '만덕 할머니'라고 했으면 더 존경이 가고 친근했을 것이다. 거창한 호칭보다 만덕할머니 같은 평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가진 자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p279~280)
  • 전시장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갈 때 그냥 가지 말고 지금 본 그림 중 가장 좋은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딱 한 점만 골라보면 전시회도 다시 보이고 그림 보는 눈도 좋아진다. 전시회에서 지금 본 그림 중 아무거나 한 점 가져가라고 하면 어떤 것을 가질까 생각해 본다면 바로 그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다. (p167~168)
  • 영국인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은 한라산에서 구상나무(Abies koreana: koreana는 한국이 토종이라는 의미) 종자를 가져다가 변종시켜 '아비에스 코리아나 윌슨'을 만들어냈다. 관상수, 공원수, 가구 및 건축재, 그리고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사용되며 로열티로 받는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p1189~190)
지금 우리는 그가 개발한 구상나무 크리스마스트리를 사려면 로열티를 내야 한다. 종자의 보존이 얼마나 중요하고 제국주의가 총칼만 앞세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p190)
  • 답사(踏밟을 답 査조사할 사): 책에서 읽고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 공부하는 여행이고 공부하는 관광.
  • 박물관은 유료입장인 것이 좋다. 단돈 1천 원이라도 내고 들어올 때 관람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더 좋다. 또 국제적인 시각에서 볼 때 입장료가 없다고 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줄 알고, 비싸면 그 박물관은 유물이 좋다는 표시로 생각하기도 한다. 세계 선진국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은 휴관, 토, 일요일에는 문을 열고, 화요일 또는 수요일은 무료로 하고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그렇게 하면서 관람질서를 유지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무료 개장하는 날 가면 된다. (영국박물관이 무료입장인 것은 소장 유물에 약탈문화재가 많아 국제적 비난을 받을까 봐이다.) (p205) 
  • 고려는 몽골군과 맞서 27년을 버텼다. (p234)

 

그리하여 다시없을 세계제국의 사위 나라가 되었으니 그것은 수모이긴 해도 한편으로는 대접인 셈이다. 그것을 수모라고만 한다면 싸워서 이기지 못한 것은 다 역사의 죄악이 된다. (p234)
  • 새로 지은 제주목 관아 건물에서 많은 문화행사를 열어 사람의 체온을 건물에 실어주고 야간에도 개방하여 집과 사람을 친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p240)
사람이 모여 있어야 공간의 의미가 살아난다. (p240)

 

광장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광장 문화는 강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덕정 앞마당은 광장으로서 연륜이 있기 때문에 작은 계기만 주면 반드시 되살아날 수 있는 공간이다. 저녁때 여기에 야시장, 또는 포장마차나 야외 찻집이 열린다면 베네찌아의 싼마르꼬 광장 같은 운치가 느껴질 것이고 활기가 넘칠 것이다. (p246)
  • 제주의 특수성을 생각지 않고 국도를 4차선 직선화하는 사업을 해서 제주의 자연과 향토적 서정을 망가뜨리고 있다. 또 제주의 길에는 도로 번화와 귀착지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말뚝 등 이정표가 없다. (p278~288)
58만 제주도민을 위한 행정도 중요하지만 1년이면 600만명, 곧 1천 만명이 찾아올 관광객 중심의 행정도 중요하다. 그런데 관광객이라는 소비자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또 관광은 목적지 못지않게 목적지로 가는 길이 중요하다는 배려와 생각이 없는 것이다. (p288)

 

5. 제주도를 여행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대학생 때 첫 유럽여행을 다녀왔어요. 4개국을 여행했는데 그중 프라하 여행을 위해 《프라하 이야기》 책을 미리 읽었어요. 지금은 책 내용도 다 잊었고 그 이후로 책을 읽은 적도 없지만 아직 《프라하 이야기》 는 제 책장에 잘 꽂혀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것을 따라가고, 책에서 봤던 것을 실제로 제 눈으로 발견하는 기쁨을 그때 알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프라하는 여행뿐만 아니라 답사를 갔었네요.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그 기쁨을 다시 맛보았어요. 제주도 여행 가기 전에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책에서 읽은 곳대로만 다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주에서의 시간이 달리 느껴질 거예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