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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 치즈에 대해 읽다가 어느새 삶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그러나 무겁지 않은.

by 독서하는 하루 202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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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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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감자 부라타치즈, 오설록 벚꽃향 가득한 올레

 

저자: 김민철
출판연도: 2020
주제분류: 음식 에세이

치즈를 좋아해서 겪은 에피소드가 가득한 책.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치즈 리스트'로 치즈에 입문할 수 있는 책.

 

1. 띵 시리즈를 읽게 된 계기가 된 책

 김민철 작가님의 《모든 요일의 여행》, 《모든 요일의 기록》,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연달아 단숨에 읽고 김민철 작가님의 책을 더 탐색하던 중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띵 시리즈 리뷰 중 일곱 번째를 차지한 이유는 단지 근처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진작 상호대차해서 읽을걸 그랬습니다. 적당한 호들갑과, 절묘한 비유와, 섬세한 묘사,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표현까지! 이래서 김민철 작가님의 필력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읽은 띵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순간 생각했다. 브리치즈가 이렇게 맛있었나? 그럴 리 없었다. 메뉴판에 가격을 고려하면 딱히 좋은 브리치즈를 쓴 것도 아니었다. 절묘하게 브리치즈의 맛을 떠받들고 있었다. 다만 꿀이 절묘하게 브리치즈의 맛을 떠받들고 있었다. 마치 발레리노가 한 팔로 발레리나를 들어 올리고, 그 위에서 발레리나가 완벽한 균형을 잡고 있는 장면처럼. 저렴한 브리치즈의 미끄덩한 기름 맛을 꿀이 감싸 안았는데, 덕분에 브리의 맛은 좋아졌고, 꿀의 어색한 단맛도 사라지고 없었다. 거기에 견과류도 같이 먹었더니 식감까지 아삭하니 완벽한 요리가 되어 벼렸다. 그렇다. 우리 엄마도 그 오랜 시간 동안 못해낸 일을 브리 치즈가 단숨에 해낸 것이다. 한순간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꿀과 나는 그 밤, 화해했다. (p84)

 

2. 치즈를 통해 생각해보는 삶의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분명히 치즈를 좋아해서 생겼던 에피소드로 장을 시작했는데, 분명 치즈 이야기 뿐이었는데, 어느새 삶의 이야기로 넘어와 있습니다. 이 연결고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치즈에 대해 읽고 있다가 어느새 삶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그러나 가볍고, 그러나 진한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채근하지 않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족한 것 역시 하나도 없었다. 파리의 하늘과 나무와 창문과 텅 빈 시간과 노르망디 치즈가 나에게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아네 있으면서도 내가 오래도록 그 순간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카망베르 치즈보다 더 오래 그 순간의 맛을 음미하게 될 걸, 이미 알고 있었다. (p60)

 
 작가가 에어비앤비에서 좋아하는 카망베르 치즈를 먹으며 느꼈던 감정. 여행 다녀온 기억으로 일상을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부분을 읽으며 그 말이 절묘하게 떠올랐습니다. 

미숙한 상태에서 처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건 불행일까 다행일까. 미숙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고, 기대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른의 표정을 지어보지만, 숨겨지지 않는 건 잔뜩 긴장하고 있는 마음속 어린아이. 하지만 미숙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까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처음'은 우리에게 아로새겨진다. 나의 첫 이탈리아 파스타의 기억도 그렇게 나에게 박제되었다. (p40)

 
 작가가 국물 없는 이탈리아의 정통 카르보나라를 처음 먹고 생각한 '미숙함'에 대한 이야기. 미숙함의 긍정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내가 정해놓은 '나'라는 사람의 경계는 어디까지 존중하고 어디부터 허물어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가 고집이고 어디부터가 열린 태도일까? 분명히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자체가 어느새 나를 편협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계를 알았다면, 슬며시 선을 넘어 밖으로도 나가볼 일이다. 거기에 어떤 세계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어디에 꽃이 피어 있을지, 무엇에 내 마음이 덜컹일지 알 수 없으니. (p93)

 
 작가가 좋아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치즈를 시도해보고 반했을 때 느꼈던 느낌. 무엇이든 시도해보자. 시도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라트넨 말이야, 생일이면 무조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는데, 거기서 어니언 수프를 시키면 치즈가 껌처럼 씹혔어."

 꼰대의 길은 이처럼 쉽다. (p111)

 
 패밀리 레스토랑이 비싸던 시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니언 수프를 시키고 그 위에 가득 올라간 치즈에 감동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꼰대의 길은 이처럼 쉽다는 표현이 참 재미있었어요.
 

3. 시도해보고픈 책 속 치즈

  • 카망베르 드 노르망디 (Camembert de Normandie): 6개월 이상 방목한 노르망디 품종의 소에게서 나온 무살균 우유를 50% 이상 섞어 만든, 프랑스에서 AOC(품질 인증)을 받은 치즈
  • Bon Mayennais 브랜드의 카망베르 치즈
  • 카프리스 데 디외 (Caprice des dieux): 일명 천사 치즈
  • 일드프랑스의 노르망탈: 에멘탈 치즈를 대중화시켜놓은 치즈 같은데 도토리와 호두 같은 견과류 맛이 살짝 나면서 너무 짜지 않고,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치즈. 그냥 먹어도 좋고, 빵 같은 데 올려서 먹어도 좋음.
  • 테드 드 무안: '수도사의 머리'라는 뜻을 가진 스위스 치즈. 
  • 치즈 팝 고다: 고다 치즈를 뻥 튀겨 팝콘 같이 생긴 치즈
  • 콩테: 숙성된 콩테 치즈는 고소하고 쌈싸름하고 감칠맛이 있음.
  • 에푸아스: 강력한 치즈도 입에 잘 맞는 사람에게 권하는 치즈
  • 랑그르: 프랑스에서는 랑그르의 움푹한 부분에 술을 붓고 불을 붙여서 녹아내린 치즈를 먹음.
  • 할루미: 구워 먹는 치즈
  • 브리야 사바랭: '트러플 크림치즈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치즈

 

4. 다음에 읽을 책

김민철 작가님의 다른 책도 더 읽어보려고요.

  • 내 일로 건너가는 법 / 김민철
  • 하루의 취향 / 김민철

아래는 김민철 작가님 책 중 이미 읽은 책이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모든 요일의 기록
  • 모든 요일의 여행
  •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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