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퓨마의 돌
글: 이조은
그림: 주정민
주제분류: 어린이 문학
출판연도: 2024
어느 날, 인간을 나무로 만들어 버리는 괴이한 바이러스가 출연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어른들만 걸린다? "지구별 바이러스는 바로 너희 인간들이야."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서준은 자연신 파차마마의 말에 따라 퓨마의 돌을 우주로 던져 올린다.
1. 《퓨마의 돌》의 네 가지 키워드
《퓨마의 돌》을 읽으면서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외계인과 환경보호와 우정과 로맨스가 뒤섞인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랄까요. 《퓨마의 돌》에는 바이러스와 우주와 자연신 파차마마와 환경오염, 다문화와 자폐, 새로운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어요.
1) 자폐
주인공 서준의 동생 서아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 스스로를 '우주 전사 소마'로 여기고 소마라고 불러 줘야 겨우 반응을 보이기에 가족들은 서아를 소마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소마는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치치 못하지만 평소 서준과는 어느 정도 상호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소마가 서준을 특별하게 여겼기 때문에 소마의 몸에 자연신 파차마마가 들어왔을 때 서준만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죠. 자폐아의 특별함을 자연신 파차마마로 보여주고 자폐아와의 소통을 소마와 서준과의 소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2) 다문화
주인공 서준의 엄마는 인도 사람입니다. 서준과 서아는 한국인 아빠와 인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나 서준의 집의 모습도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빠는 인도에 출장을 갔다가 엄마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엄마는 가족의 살뜰히 보살핍니다. 매운 음식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도 가족을 위해 가게를 내 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김치찌개를 만드는 솜씨를 가졌죠. 처음에는 《퓨마의 돌》에서 '다문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린이 문학에, SF소설에 다문화가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가정의 모습을, 그러나 우리 집과 다르지 않은 가정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3) 바이러스
책에서 어느 날, 인간을 나무로 만들어 버리는 괴이한 바이러스가 출현합니다. 이 바이러스로 사람들은 고통을 겪고, 자의로, 타의로 격리를 당합니다. 누구나 이러한 장면을 보고 코로나를 떠올릴 것 같아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얼마나 우리의 삶이 망가졌었는지, 그러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 냈는지가 떠오르며 이 책의 상황들과 겹쳐 보였습니다.
4)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
"지구별 바이러스는 바로 너희 인간들이아."
"어른들이 나무로 변하는 게 그것 때문이라고?"
"그래야 멈춰 설 테니까."
"아이들은 나무로 변하지 않잖아?"
"아이들도 결국은 어른이 되잖아."
"그럼......" (p84)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입니다. 이 책이 어른들만 나무로 변하는 바이러스 이야기라고 들었을 때는 아이들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인가 했는데, 환경오염에 대해 말하는 책이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이 어른들이기에 어른들만 나무로 변하는 것이었고, 그러나 결국 아이들도 자연을 파괴하는 어른으로 자란다는 현실을 반영한 소재이네요.
"맞아, 이대로 가다간 지구에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그럼 지구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겠지. 지구상 어떤 동물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건 오직 인간뿐이지." (p85)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비밀을 서준은 《눈의 여왕》에서 찾아냅니다. 따뜻하고 순결한 어린아이의 마음. 따뜻하고 순결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자연 파괴를 점차 바꾸어 나갈 핵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 사운드 엔지니어
요즘은 정말 상상도 못 할 직업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인 저도 새로운 직업의 세계에 놀라곤 하죠. 이 책을 읽으며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서준의 아빠가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할 때 진짜 있는 직업일까, 이 책에만 존재하는 직업일까 궁금했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검색해 보니 정말 있는 직업이더라고요.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니?"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니?"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총평
소재가 신선하여 재미있었고, 여러 생각해 볼거리가 혼재되어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해 보면 여전히 어렵긴 합니다. 사람이 나무로 변하는, 특히 어른들만 나무로 변하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간의 탐욕을 버리는 것이 아닌 퓨마의 돌을 띄우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인간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어. 소마는 그런 나를 이끌어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했어.
퓨마의 돌은 일종의 메신저야. 네 동생은 자신의 영혼과 마음을 싣고 우주의 중심에 다다르고자 하는 거야. 그래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무슨 기회?"
"너희 인간들이 변화할 기회." (p121)
책의 결말에서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사람들의 생활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시를 차지한 나무와 동물들에 익숙해졌습니다. 나무 대부분이 한때 사랑했던 가족이고 그들과 같은 사람이었기에 함부로 베거나 없애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만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오염, 자연 파괴를 멈출 수 있다면, 우리는 진작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 속에서도 서준과 이나와 친구들이 뛰노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아빠와 동생까지 잃어 슬픔에 젖어 있는 나날인데도 오늘 내가 마주한 세상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그 모든 것에 소마의 소길과 아빠의 숨결이 스며 있었다. (p138)
더 늦기 전에 소마의 말을 들어야겠다고, 그래서 우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퓨마의 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에 닿기까지가 조금 추상적이긴 했습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