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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냉정과 열정사이 Rosso와 Blu

by 독서하는 하루 202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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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는데, 요즘 리커버 특별판이 예뻐보여 그걸 사고 싶더라구요.

 

 

「냉정과 열정사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같은 제목인데 책은 두 권입니다. 한 권은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또 다른 한 권은 「냉정과 열정사이 Blu」. 모두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 이야기인데 Rosso는 아오이의 이야기이고 Blu는 쥰세이의 이야기입니다. Rosso는 이탈리아어오 '붉은'이라는 뜻이고 Blu는 이탈리아어로 '푸른'이라는 뜻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오이가 냉정 쪽이고 쥰세이가 열정 쪽인데 제목은 그렇지 않네요.

 

1.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작업 방식

Rosso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1964출생)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동화부터 소설,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알라딘의 작가 설명 참고).

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1959출생)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감독, 뮤지션이라고 합니다(알라딘의 작가 설명 참고). 이름이 어딘가 눈에 익다했더니, 한때 공지영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가질 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공지영 작가와 공동집필 했다고 보았었네요.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역시 「냉정과 열정사이」와 마찬가지로 남자의 관점에서 한 권, 여자의 관점에서 한 권 쓰여졌네요.

 

 

편지를 주고받는 듯한 연재였다. 그녀가 원고를 보내 오기를 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렸다. 멋진 글이 오면 나도 투지를 불태웠다. 아오이의 흔들리는 감정을 묘사한 글을 받아보고, 쥰세이에게 열정을 기울였다.
( 「냉정과 열정사이 Blu」 p259 저자후기中)

 

 

2.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인의 사랑 이야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인의 사랑 이야기라 더욱 특별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집니다. 단순히 현재의 이야기만 주인공의 국적과 장소가 불일치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현재 활동 장소가 글로벌합니다.

 

아오이: 밀라노 출생 - 일본 유학 - 밀라노 거주

아가타 쥰세이: 뉴욕 출생(+중국인 가정부에게서 자람) - 일본 - 피렌체 - 일본 - 피렌체

마빈: 펜실베니아 - 밀라노

메미: 일본(일본인 어머니와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 - 밀라노 - 일본

 

그리고 아오이와 쥰세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장소는 피렌체의 두오모입니다. 두오모는 돔(dome)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이탈리아의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을 의미합니다. 보통 '두오모'하면 피렌체의 두오모를 떠올립니다.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입니다.

 

피렌체-두오모-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의-쿠폴라
피렌체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쿠폴라.

 

 

- 약속해 줄 거야?
그렇게 말한 것은 나였다.
-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같이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 어디에 살든, 우리는 같이 있고, 그곳에서 같이 떠날 거라고. 피크닉처럼.
- 피렌체의 두오모? 밀라노가 아니고?
이상하다는 듯 묻는 쥰세이에게, 나는 자라으럽게 대답했다.
- 피렌체의 두오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니까.

 

 

3. 아오이의 냉정과 쥰세이의 열정, 아오이의 현재와 쥰세이의 과거

과거 일본에서의 연애 회상 장면에서도 아오이는 늘 차분했고 쥰세이는 불같았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도 아오이는 (쥰세이와의 연애의 상처로 마빈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마빈과의 연애에 더 집중하고 있었고, 쥰세이는 메미와 연애를 하면서도 늘 아오이만을 생각합니다. 

또 아오이는 앙티크 보석 가게에서 일합니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지닌 보석을 현재에서 지니면 됩니다. 그래서 아오이는 쥰세이와의 과거를 추억하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쥰세이는 과거의 시간을 복원하는 복원사의 일을 합니다. 늘 아오이와의 과거를 그리워했고 그 과거를 복원하고자 밀라노행 국제 특급을 타고 아오이에게 갑니다.

먼저 이별을 고한 것도 쥰세이의 열정이었지만 재회하고자 하는 노력도 쥰세이의 열정에서 나왔네요. 

 

 

4. 아오이와 쥰세이는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대학생 때 읽었을 때는 아오이와 쥰세이가 다시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의 결말보다도 소설의 결말을 더 좋아했어요. 조금이라도 더 열린 결말을.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흘러 다시 읽은 지금은 아오이와 쥰세이가 다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저 둘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 둘에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 다시 만나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설령 다시 헤어지더라도 우선은 다시 만나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러기 전까지는 어떤 방법으로든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랄까요.

과거에 멋대로 단정짓고 이별을 고한 쥰세이도 잘못했지만, 제대로 대화해보지 않은 아오이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연인 관계라도 대화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서로 어렸기에, 그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도 몰랐기에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서른 살의 아오이와 서른 살의 쥰세이가 다시 만난다면 조금 더 다르지 않을까요?

물론 아오이는 마빈과, 쥰세이는 메미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두 쌍인데... 마빈과 메미는 아오이와 쥰세이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5. 읽는 순서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Rosso를 읽고 Blu를 읽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다시 읽는다면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며 읽어보고 싶기도 해요.

냉정과-열정-사이-목차

 

6. 영화

쥰세이가 자전거를 타고 피렌체의 골목을 가는 장면을 좋아해요. 그리고 OST를 좋아해요. OST를 들으면 왜 이렇게 가슴이 시릴까요.

앞서 이야기했듯 예전에는 영화보다 소설을 더 좋아했는데요, 소설을 다시 읽은 지금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기차역에서 쥰세이와 아오이를 보고 싶어요. OTT로 봐야하나 검색해보다가 마침 12월 6일에 롯데시네마에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날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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