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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1919 : 청소년기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책, 더 나이가 들어 또 읽고 싶은 책.

by 독서하는 하루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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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데미안과-TWG-블랙티와-무화과-버터를-얹은-바게트
《데미안》, TWG 블랙티, 무화과버터


이 책의 제목은 '데미안'이지만 이 책의 화자는 '싱클레어'입니다. 소년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죠.

1.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

이 책의 모든 순간은 싱클레어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순간들이며, 독자도 이 책을 읽는 모든 순간 자신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p9)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p11)
그러나 모든 사람은 인간이 되기를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이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 어머니가 같다. 우리 모두는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 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시도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풀이를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p11)
아무튼 어떤 목적으로 네가 지금 술을 마시는지는 우리 둘 다 알 수 없어.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아.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1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p122)

 

2. 이 책을 더 일찍,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싱클레어는 제대로 방황하는 소년입니다. 그래서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직장인으로 한참을 지낸 지금은 싱클레어에 공감을 못 할 때도 있었고, 중고등학생 시절의 저를 떠올리며 공감할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는 밝고 올바른 세계에 속했다. 나는 내 부모님의 자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를 향하는 곳 어디에나 다른 것이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 속에서도 살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내게는 자주 낯설고 무시무시했고, 그곳에서는 규칙적으로 양심의 가책과 불안을 얻었을지라도. 심지어 한동안 내가 가장 살고 싶어 한 곳은 금지된 세계였다. (p14)
그렇게 된 탕아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는 열정적으로 읽었다. (p15)
그래,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그러나 나는 이미 자주 그랬던 것처럼 단지 조금 몸이 아플 뿐이었고, 그 정도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p31)
부모님 앞에서 고해하면 후련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봐야 나를 완전히 구원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 (p58)
나는 세상의 오솔길들을 똑바로 걸으려고 했는데, 그 길들이 내게는 너무 미끄러웠다. 친절한 손 하나가 나를 잡아 구해 낸 지금, 나는 한눈 한번 팔지 않고 곧장 어머니 품속으로, 포근히 에워싸인 경건한 유년의 아늑함 속으로 달려왔다. 나는 자신을 자신보다 더 어리게, 더 의존적으로, 더 어린애처럼 만들었다. (p63)
자신을 다스리고, 나의 길을 찾아내는 것은 나 자신의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유복하게 자란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듯이 자신의 일을 잘 해내지 못했다. (p66)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은 나의 주변에서 폐허가 되었다. 부모님은 어느 정도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누이들은 아주 낯설어졌다. 각성이 나의 익숙한 느낌들과 기쁨들을 일그러뜨리고 퇴색시켰다. 정원은 향기가 없었고 숲은 마음을 끌지 못했다. 내 주위에서 세계는 낡은 물건들이 떨이판매처럼 서 있었다. 맥없고 매력 없이. 책들은 종이였고, 음악은 서걱임이었다. 그렇게 어느 가을 나무 주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비, 태양 혹은 서리가 나무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리고 나무 속에서는 생명이 천천히 가장 좁은 곳, 가장 내면으로 되들어간다.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다. (p90)
소년의 사랑스러움은 내게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이 나를 별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나 자신도 느꼈으며 스스로도 자신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 (p93)
그러면서도 기분은 참담했다. 나는 자신을 파고드는 방탕 속에서 살아갔다. 학교에서는 지도자이자 굉장한 녀석으로, 대단히 과단성 있고 재치 있는 녀석으로 인정받은 반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영혼이 불안으로 퍼덕이고 있었다. (p100)
내게 가장 결핍된 한 가지, 그것은 친구였다. 내가 바라보기를 아주 좋아하는 두셋의 친구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은 착한 사람들에 속했고, 나의 악덕은 오래전부터 이미 누구에게도 비밀이 아니었다. (p102)
음악이 정말 좋아요. 음악은 별로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p133)

 

3.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길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을 자기만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배웁니다.

카인에 관한 이야기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어.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대부분 분명히 진실이고 올바른 것이지만,  그것들 모두 선생님들이 보는 것과는 다르게 볼 수도 있어. (p41)
간단히 말해서 내 생각에 카인은 늠름한 젊은이었는데 그저 사람들이 그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그에게 그 이야기를 매달아 놓은 거야. (p43)

4. 싱클레어의 성장

늘 데미안과 피스토리우스로부터 조언을 얻던 싱클레어가, 어느 순간 크나우어에게 조언을 해 줄 때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크나우어를 통해 싱클레어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런 게 성장 소설의 매력이겠죠?

나는 피스토리우스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그의 말이 참으로 옳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말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그것을 따르기에 나 자신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충고를 남에게 해 줄 수는 없었다. (p154)
"말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크나우어. 사람들은 그런 일에서는 서로 도울 수 없어. 나를 도와준 사람도 아무도 없었어. 너 스스로 생각해 내려고 애써야 해, 그러고는 정말로 네 본질로부터 나오는 것, 그걸 하면 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아. 네가 너 자신을 찾아낼 수 없으면 다른 영(靈)들도 찾아낼 수 없을 거야." (p155)

5. 총평

이 책의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와닿는 부분도 군데군데 있었어요. 청소년기에 읽었으면 더 많이 공감했겠다 싶다가도 그때 읽었다면 지금의 이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고요. 어쩌면 《어린 왕자》같은 소설인지도 모르겠어요. 10대에 읽을 때, 20대에 읽을 때, 30대에 읽을 때의 느낌이 모두 다르다는. 책꽂이에 잘 꽂아 두었다가 세월이 흘러 또 읽어 보려고요. 그때는 제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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