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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저자: 하현
출판연도: 2022
주제분류: 음식 에세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아이스크림'이라는 매개체로 엮어서 따뜻한 감성으로 엮어낸 책
1.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
점장님, 저 사실 체리쥬빌레 싫어해요.
점장님도 그러셨잖아요. 도대체 이게 왜 체리 맛인지 모르겠다고. 저는 캐러멜 프랄린 치즈케이크가 제일 좋아요. 그런데요, 여전히 가끔 일부러 체리쥬빌레를 먹어요. 내 안에 미움이 너무 많을 때. 그게 나를 해치려고 할 때. 그런 날의 퇴근길에는 분홍색 간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캐러멜 프랄린 치즈케이크는 단종됐거든요.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요.
(p25)
글쓴이에게 점장님 같은 어른이 존재했다는 게, 그래서 가끔 힘든 날에 점장님을 회상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그런 분들이 있거든요. 사회 초년생으로서 막 첫 발을 내디딘 그 해는, 저의 미숙함으로 너무나 혹독한 한 해였지만, 직장 선배님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거든요. 다음 해에도 여전히 힘들었지만 전 해의 경험으로 아주 조금의 여유는 있었어요. 퇴근길에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데 알바 분이 초보인지 아주 느렸어요. 저보다 늦게 주문한 사람이 먼저 나갈 정도로요. 그래도 저에게는 기다릴 여유가 있었어요. 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만만하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는 '부담스럽거나 무서울 것이 없어 대하기 쉽다'는 뜻 말고도 한 가지 뜻이 더 있다. '연하고 보드랍다.' 나는 이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사랑하는 소프트콘과 꼭 어울리는 느낌이라서. 누군가를 기다릴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맥도날드를 찾는다.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행복이 바로 거기에 있다. (p119)
2. 아이스크림에 관한 나의 추억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는 띵 시리즈 중에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삼각김밥: 힘들 땐 참치 마요》에 이어 세 번째로 읽었는데요, 아이스크림과 이토록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엮은 것이 참 신기했어요. 그래서 아이스크림 편은 좀 시시했다랄까요. 하지만 어렸을 때도, 지금도 아이스크림을 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이스크림에 관한 저의 추억을 떠올리는 좋은 계기는 되었어요.
- 어렸을 적엄마와 함께 길을 가다가 롯데리아가 나오면, 엄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물어보셨어요. "아이스크림 먹을래?". 제가 "응!"하고 대답하면 엄마는 지갑에서 300원을 꺼내주셨어요. 100원짜리 3개를 짤랑거리며 카운터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할 때면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한 입 핥으면 입 안 가득 퍼지던 시원함, 달콤함. 300원의 행복이었는데. 요즘 롯데리아소프트콘 가격이 900원이래요... 얼마 전 맥도널드에서는 1,100원 내고 먹었어요.
- 옛날이나 지금이나 저의 배스킨라빈스 최애 맛은 레인보우 샤베트입니다. 그 짜릿한 새콤한 맛은 단독으로 먹어도 정말 맛있고, 두 가지 이상의 맛을 먹을 때 마지막 입가심으로도 참 좋아요. 그런데 더블주니어를 주문하면 항상 레인보우 샤베트는 아래가 아닌 위에 올려줘서 아쉬워요(아이스크림 제형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어릴 적 소소한 추억을 아빠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면서 꼭 한 입씩 드셨었는데, 제가 레인보우 샤베트를 고른 날에는 시다고 못 드셔서 재밌었어요.
- 단종된 아이스크림 중 키위아작(책에서도 언급되었죠.)과 토마토마가 그리워요. 아, 젤루 좋아도요! ( 바 아이스크림은 다 단종됐어요.)
- 서우의 옥메와까 아이스크림 광고를 처음 봤을 때도 생각나네요.
- 이탈리아에서 젤라토를 처음 먹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해요. 재료 본연의 맛을 담은 것도 좋았고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도 좋았어요. 제가 먹어온 아이스크림은 다 가짜고 배스킨라빈스도 먹으면 아플 것 같은 맛이라고 느꼈어요(물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잘 먹었지만요.). 피스타치오맛 아이스크림은 원래 민트색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젤라토 먹으러 이탈리아 가고 싶네요.
- 어른이 되어 좋은 점은 내 돈 내고 구슬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점이라던데, 그건 사실이에요. 작년에 부산에서 아주 큰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서 광안리 해변에 앉아서 먹었는데, 이런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어 뿌듯했답니다.
여러분의 아이스크림 이야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 세미콜론 띵시리즈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2024.03.06 - [분류 전체보기] - [책리뷰]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 세미콜론 출판사의 띵 시리즈는 어떤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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