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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웡카 / 꿈과 우정을 이야기하는 책으로서는 좋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로서는 너무 아쉬운.

by 독서하는 하루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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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웡카
저자: 시빌 파운더(글), 폴 킹(시나리오)
주제분류: 어린이 문학
출판연도: 2024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이야기. 버릇없는 아이에게는 냉정하지만 착하고 정직한 아이에게는 모든 걸 내어 줄 정도로 자비롭고 열정적이며 천진난만한 웡카의 성격은 타고난 것일까? 초콜릿 공장의 훌륭한 조력자인 움파룸파는 어떻게 만났을까? 이 책을 통해 알아보고 상상해 보자.

 

1.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리퀄

 《웡카》 이야기를 하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964년 출간된 로알드 달의 어린이 동화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 잘 담겨있는 책입니다.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을 처음 읽고 로드 달의 팬이 되어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마틸다》, 《조지, 마법약을 만들다》 등을 모두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웡카》폴 킹 감독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영국 동화 작가 시빌 파운더가 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입니다. 프리퀄은 이미 나와 있는 작품의 이야기 보다 앞선 시기의 일을 다루는 작품을 말합니다. 《웡카》의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웡카입니다. 초콜릿 공장을 차리기 전 꿈을 좇는 청년의 이야기니까요. 또 매우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젊은이입니다. 그리고 웡카 옆에는 누들, 애버커스, 래리, 벨이라는 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웡카》는 '꿈'과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윌리, 이 세상의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되었단다. 그러니까 너의 꿈을 꼭 붙들어야 해. 그리고 네가 만들 초콜릿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날이 오면, 그땐 엄마가 바로 네 곁에 있을게." (p14)

 

 

누들이 깡충깡충 뛰어 윌리를 향해 달려왔다. 윌리는 눈물을 닦고 누들에게 초콜릿 한 조각을 떼어 주었다. 누들이 초콜릿을 씹는 동안 순수한 기쁨의 빛이 얼굴에 가득 번졌다.
나머지 세탁소 일꾼들이 한 명씩 모여들었고, 그때마다 윌리는 초콜릿 한 조각씩을 떼어 주었다. 그들은 함께 초콜릿바를 나누어 먹었다. 마치 한 가족이 된 것처럼. (p327)

 

 그래서 《웡카》의 모험이 훨씬 동화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점에서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다 더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재미있는 상상거리로 가득한 건 사실이지만 다람쥐들이 버루카를 쓰레기장으로 보낸다거나, 부풀어 오른 바이올렛의 몸속 즙을 모두 빼내는 등의 이야기는 꽤나 기괴하니까요.
 프리퀄로서 웡카가 왜 초콜릿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움파룸파를 만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2. 프리퀄로서 아쉬운 점

 그러나 앞서 말한 두 가지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의 프리퀄로서는 상당히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웡카》에서의 웡카는 가난하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밀은 말이다...... 초콜릿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야. 
중요한 건 초콜릿을 함께 나눠 먹는 사람들이란다!
사랑을 담아, 엄마가 (p326)

 

 그런 어머니의 가르침 덕에 웡카는 누들에게 평생 초콜릿을 먹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거나 누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마음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통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처럼 냉정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는 굉장한 사업가인데 《웡카》의 웡카는 가진 돈을 눈 뜨고 코 베이듯 남에게 내어주고(또는 뺏기고)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에게 사기도 당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어떤 과정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로 변했는지 중간 서사가 없습니다.  또 웡카는 초콜릿 제조자가 되기 위해 세계 여행을 했다는 점을 빼고는 웡카가 어떻게 마술사이자 발명가가 되었는지, 그와 같은 상상력의 힘을 지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도 없습니다.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기에도 서사는 부족하죠. 《웡카》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이 아니었다면 웡카는 그저 원래부터 비상하지만 순수하고 조금은 모자라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인물로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이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웡카의 과거와 배경을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의 욕구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3. 영화와 비교해 본다면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습니다. 정말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영화나 공연의 서사보다 책의 서사를 더 선호합니다. 책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제시하면서도 독자로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책이 더 무한하거든요. 그러나 보통 책이 먼저 출판되고 인기를 얻으면 영화화되는 것과 달리,  《웡카》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책이 쓰여 영화와 책의 내용이 거의 동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그저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데 그쳤고, 그러한 점에서 영화의 기억이 더 강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문체도 너무 평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웡카》는 책 보다 영화가 더 좋았어요. 영화는 (앞서 언급했던 프리퀄로서의 아쉬움을 배제하고 볼 때) 따뜻한 이야기, 친구와 함께하는 모험 서사, 동화 같은 색감과 화면 구성, 아름다운 음악까지 정말 좋았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와 같은 팀 버튼 감독의 기괴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도 많이 봤지만,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어요.  
 

4. 재미있는 점

 등장인물의 이름은 직업이나 작중 인물의 행보와 관련이 있습니다. 파이퍼가 과거 배관공이었던 것을 보고 다른 등장인물의 이름에 대해서도 찾아보았습니다.
  • 파이퍼: 파이프(pipe)를 의미한다. 배관공이었다.  
  • 애버커스: 주판(abacus)을 의미한다. 애버커스는 회계사로 일했다.
  • 래리 처클스워스: 빙그레 웃는다(chuckle)는 뜻이다. 어릿광대였다.
  • 밸: 전화기(bell)를 의미한다. 전화교환원이었다.
  • 스크러빗 부인: 벅벅 문지르다(scrub it)의 말장난이다. 세탁소 주인이다.
  • 블리처: 표백제(bleacher)를 의미한다. 세탁소 주인이다.
  • 슬러그워스: 이름에 민달팽이(slug)가 들어가 있다.
  • 애퍼블 경관: 상냥하다(affable)는 뜻이다. 경찰서장이 보고 있지 않을 때 벌금 중 1 소브린을 슬쩍 웡카에게 주었고 초콜릿을 다른 곳에서 팔라고 조언해 주었다. 또 책의 후반부에 경찰서장의 비리를 알고 경찰서장을 체포하는 정의로움도 보여준다.

 맛의 궁전 회랑 모퉁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공상 금지. (p33)

 

 좋은 일을 하는 사람(웡카)과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초콜릿 카르텔)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요.

 잔돈을 쓸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있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는 발상이 역시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윌리 웡카 답습니다.

 

우아, 고맙습니다. 손님, 잔돈은 어떻게 드릴까요? 쓸 수 있는 것으로 드려요, 아니면 먹을 수 있는 걸로 드릴까요?"
"오, 먹을 수 있는 걸로 줘요!"
노인이 대답하자, 그 즉시 동전 초콜릿이 지급되었다. (p225)

 

 그러나 웡카의 성공이 온전히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웡카 곁에 이런 사려 깊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자, 여러분, 웡카 씨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야." (p234)

 

 

 따뜻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원한다면 <웡카> 영화를 보기를 추천드릴게요. 책은《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추억에 젖어 정말 정말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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